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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이사람] 봉현숙 MBC미술센터 국장
관리자 2013-06-12 14:33:20

본기사는 하기 인터넷주소를 전제로 작성하였습니다.

http://www.segye.com/Articles/NEWS/CULTURE/Article.asp?aid=20130611004077&subctg1=&subctg2=&OutUrl=naver

 

1984년 방송사 1호 디자이너로 입사해
첫 작품으로 거지 옷 만들고 방황의 시간
의상에 생활의 흔적 묻어나야 한다는 걸
받아들이고 나니 일에 재미 느끼게 돼


봉현숙(57) MBC미술센터 국장은 방송사에서 뽑은 최초의 의상 디자이너였다. 1984년 ‘1호 디자이너’로 MBC에 입사한 그는 방송 의상 역사의 산증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방송 80주년이었던 2007년에는 그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 훈장을 수상했다. 방송 종사자가 대통령 훈장을 받은 적은 있어도 의상 분야에서는 처음이었다. 최근 서울 여의도 MBC 본사에서 만난 그는 “바쁘게 일하다 보니 어느새 30년이 됐다”며 미소지었다.

 

1980년 컬러TV가 도입되면서 KBS·MBC는 몸살을 앓기 시작했다. 복식학자들이 흑백TV 시절에는 눈 감고 넘겼던 요소들을 “역사적 사실과 다르다”며 지적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사극 의상을 놓고 맹렬히 비판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MBC는 발 빠르게 의상 디자이너를 채용했다. 10여명의 인력이 적당히 알아서 배우 의상을 챙겨줄 때였다. 신입공채의 경쟁률은 298대 1. 그러나 합격의 기쁨은 오래 가지 않았다. 봉 국장은 “합격 통보를 받고 너무 좋아서 껑충 뛰었는데 발밑을 보니 살얼음판이었다”고 신입 시절을 회상했다. KBS에서도 이듬해 뒤따라 디자이너를 뽑았다.

 

방송사 ‘1호 의상 디자이너’로 활동한 봉현숙 MBC미술센터 국장은 2014년이면 정년을 맞아 현직을 떠난다. 그는 “후배들이 항상 새로운 시도를 하며 ‘K-스타일’을 세계에 알렸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방송은 작가 정신을 발휘할 수 있는 예술이 아니라 시간에 쫓기며 적절한 옷을 만들어내야 하는 고된 노동이었다. 봉 국장이 처음 만든 옷은 6·25 특집 드라마에 등장한 거지 의상이었다. ‘내가 이런 옷을 만들려고 의상 디자이너가 됐나’ 하고 고민하며 방황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방송에 재미를 느낀 건 입사 1년이 지나고 사람들의 실생활에 눈을 돌리면서부터였다. 봉 국장은 ‘또 하나의 현실’을 창조하는 드라마 의상에는 멋뿐 아니라 생활의 흔적이 묻어나야 한다는 걸 받아들였다. 패션의 아름다움을 좇기보다는 주변 사람들을 꼼꼼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사극 의상 고증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작품이 나올 때마다 해당 시기 전체를 대상으로 자료를 조사하고, 복식학계 대학자를 찾아가 조언을 구했다. 그렇게 30년을 일하면서 전문가가 됐다.

 

약 20년이 지났을 때 기회도 찾아왔다. 2003년 그가 선보인 ‘다모’ 의상은 사극 의상의 흐름을 바꿔놓았다. ‘다모’ 이후 고증을 벗어난 예쁜 한복이 유행하기 시작했고, 드라마 ‘대장금’의 성공으로 ‘K-스타일’로 발전했다. ‘다모’의 이재규 감독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가상 세계를 구축한 퓨전 사극에 맞게 상상력을 요구했고, 봉 국장은 퓨전의 장점을 살린 혁신적인 한복을 만들었다. 동양의 오방색을 조선시대 중앙 군사조직인 5위에 대입해 소속별로 다른 색을 입혔고, 당시 유행했던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의 줄무늬를 무사 의상에 그려넣었다. 사극 고증에 엄격했던 복식학자들도 의외로 “드라마니까 이해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조선시대는 복식자료, 회화, 고분에서 나온 출토 복식 3가지를 참고할 수밖에 없어요. 등장인물은 40명이 넘는데 고증에 맞추다 보면 획일적으로 입을 수밖에 없죠. 자료가 과거 모습을 100% 정확하게 기록해놓고 있는 것도 아니고요. 고증은 참고 사항일 뿐이라고 시각을 바꿨습니다.”

 

현재 MBC미술센터에 보관된 옷은 20만점에 이른다. 관리직과 현장 활동을 병행하고 있는 봉 국장은 지금까지 수만 점의 의상을 제작했다. 지난해 종영한 드라마 ‘빛과 그림자’에서만 2000여 벌의 옷을 만들었다. 배우 김수현을 벼락 스타로 만들어놓은 ‘해를 품은 달’과 병역을 마치고 돌아온 이준기의 복귀작이었던 ‘아랑사또전’ 의상도 봉 국장 손에서 탄생했다. 시청자가 인지하는 주인공 의상은 보통 5∼6벌에 불과하지만 실제로는 20여 벌에 달한다. 같은 옷을 새 옷, 헌 옷, 찢어진 옷 등 3가지 버전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전투 장면에서 헌 옷을 입고 싸운 다음 찢어진 옷으로 갈아 입고 촬영을 마무리한다.

 

드라마가 끝나면 의상은 재활용될 날을 기다리며 창고로 들어가지만 드라마 한류가 뜨면서 활용하는 모습도 다양해졌다. 지방자치단체나 해외 단체의 요청으로 전시되는 사례가 늘어난 것이다. MBC미술센터에서 제작했던 ‘대장금’ 의상은 대만 GTV의 요청으로 현지에서 패션쇼까지 개최했다.

 

이러한 분위기에 힘입어 의상의 중요성은 과거에 비해 높아졌다. MBC미술센터에 있는 의상 디자이너는 현재 6명. 1980년대처럼 공채로 뽑지는 않지만 드라마 한류의 숨은 주역으로서 무게감과 책임감은 막중해졌다. 최초의 의상 디자이너로서 30년간 현장을 지킨 봉 국장은 내년이면 정년을 맞아 현직을 떠난다. 그는 떠나기 직전까지 일선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현재 방영 중인 ‘구암 허준’은 그의 작품이다. 봉 국장은 “이 드라마를 통해 여성 한복 스타일을 바꿔보고 싶다”고 전했다.

 

“저는 여자 의상에서 저고리를 기존과 달리 허리까지 내렸어요. 대세로 굳은 짧은 저고리에 변화를 주고 싶었거든요. 조선시대를 훑어보면 중기까지는 저고리가 길고 후기로 갈수록 짧아지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우리 한복을 다양하게 입을 수 있다는 걸 드라마를 통해 알리고 싶었어요. 후배들도 항상 새로운 시도를 하며 사극 의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K-스타일’을 더욱 세계에 알렸으면 좋겠습니다.”

 

글·사진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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